김진수 전 대가야읍장은 설날이 되면 “고령은 늘 서로 기대어 살아온 곳이기에 이웃의 삶이 곧 내 삶처럼 느껴진다”다면서 “사람의 삶은 큰 말보다 작은 배려 하나에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이다”면서 “설을 앞둔 이 시간, 고령의 모든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함께하시길 빈다”는 인사말을 보내 왔다.
<다음은 김진수 전 대가야읍장의 인사말 전문이다>
설을 앞두고 고향과 이웃을 생각하며…
김진수 전 대가야읍장
설이 다가오면 괜히 마음이 먼저 고향으로 향한다. 골목 끝에서 들리던 발자국 소리, 부엌에서 나던 국 끓는 냄새, 서로의 안부를 묻던 짧은 인사 한마디가 정겹게 느껴지는 순간들이다.
고령에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이 계절의 공기를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명절이 가까워질수록 더 마음에 걸리는 얼굴들이 있다. 자식들이 오기 전까지 혼자 시간을 보내실 어르신, 농한기에도 걱정을 내려놓지 못하는 농민, 명절에도 가게 문을 열어야 하는 자영업자들이다.
고령은 늘 서로 기대어 살아온 곳이기에 이웃의 삶이 곧 내 삶처럼 느껴진다. 필자는 오랫동안 고령에서 일하고, 살아왔다. 그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사람의 삶은 큰 말보다 작은 배려 하나에 더 오래 남는다는 사실이다. 길 하나, 버스 한 번, 서류 한 장이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삶이 되기도 하고, 한 가정의 마음을 놓이게 하기도 한다.
고령의 어른들은 말없이 많은 것을 지켜왔다. 논밭을 일구고, 마을을 지키고, 자식들을 키워내며 오늘의 고령을 만들어 왔다. 그 노고 덕분에 우리가 이 땅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한편, 고령을 떠나 있거나, 떠날까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마음도 이해하게 되었다. 고향은 늘 따뜻하지만, 삶은 현실 앞에서 쉽게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고령이 ‘돌아오고 싶은 곳’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요즘 고령은 조용히 변하고 있다. 사람이 줄고, 집이 비고, 마을의 불빛이 하나둘 꺼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믿고 있다. 이 땅에는 아직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살아있다고… 설은 그런 마음을 다시 꺼내 보는 시간이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젊은이들의 고민에 귀 기울이며, 이웃의 안부를 묻는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크게 잘살자는 말보다 “올해도 무사해서 다행이다”라는 인사가 더 진심으로 오가는 설이기를 바란다.
설을 앞둔 이 시간, 고령의 모든 가정에 건강과 평안이 함께하시길 빈다.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서로를 한 번 더 떠올릴 수 있는 따뜻한 명절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